원래 추운 건 질색이다.
더운 건 어떻게든 견뎌도
추운 건 못견디게 생긴 신체라서.
집에 들어온지가 언젠데 아직도 내 발은 얼음장이다.
그래도 눈이 오니까 느낌상으로도
그리고 실제로 어제보다는 덜 추운 것 같다.
어제는 진짜 얼굴이 호빵맨처럼 빨개졌다.
나 살다살다 내 얼굴이 이런 색으로 변한 건 또 처음봤다.
진짜 그야말로 일본 꼬맹이들 볼 시뻘겋게 되는 것처럼 변하드라.
나름 강인한 피부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눈이 와서 바닥이 군데군데가 너무 미끄럽다.
펭귄마냥 양손으로 중심을 잡으며 집으로 향한다.
그래도 많이 다니는 길에는 눈이 다 치워져있네.
다 누군가의 노고가 들어간 것이겠지.
우리 라인 입구에 다다르니 흰머리 아저씨 한 분이
추우신지 폴짝폴짝 (진짜 그야말로 폴짝폴짝) 뛰시며
저만치 앞에서 오시는데
잠시 주차된 큰 차에 가려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초소로 들어가시는 건가해서
경비아저씨이신 줄 알았는데
입구로 들어가시는 걸 보니 같은 라인에 사는 분 같다.
앗 그러고 보니
'분리수거날 새벽에 몇 주 연속으로 뵌 분 같은데.'라고 생각하며
계속 걸었다.
신발 바닥에 눈이 언제 이렇게 묻었는지.
좀 털어야겠다.
입구에서 신발 눈 털고 들어가려고
발로 바닥을 콩콩 차 신발에 묻은 눈들을 털어내었다.
한 3초 정도 걸렸나?
아까 안으로 들어가신 아저씨가 이제야 문앞에서 돌아서신다.
내가 금방 뒤 따라 들어올까봐 문을 잡고 기다리고 계셨나보다.
꽤 기다리셨겠네.
아이고 감사해라.
1층에서 간단히 감사 목례하고,
나는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왔다.
엘리베이터가 하도 맨 위층에 있어서.
기다리느니 운동도 할겸 걷는다.
숨이 엄청 차다.
한동안 계단으로 걸어다녔었는데,
요즘은 그냥 엘리베이터를 탄다.
힘든 것도 힘든 것이지만,
다니기 싫은 이유가 있다.
계단에 개인 사유물을 놓는 집들 때문에
그걸 피해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게 싫기 때문이다.
그걸 보는 것 자체도 싫다.
아파트 계단에는 절대 개인 물건을 두어서는 안된다.
계단은 비상시 하나 뿐인 대피로이기 때문이다.
관리실에서 그렇게 치우라고 했더니
몇 달 전보다 확실히 사유물을 내놓은 집이 줄었다.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지.
너무들 안일하게 자전거, 분리수거 박스 등을 내놓는다.
애들 있는 집이 짐이 많아서 그런지 뭔가 큰 집들을 잘 내놓는다.
절대 그러면 안됩니다!
암튼 이전보다 계단으로 오르내리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되었다.
확실히 날이 추워지니 활동량이 줄고 체력도 떨어지니
운동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날이 풀리면
모양새 좀 갖추고(?) 운동을 해야겠다.
그래서 내가 헤드밴드가 필요하다. (기승전 헤드밴드ㅋㅋ)
날 추울 때 미리 주문하길 잘했어. (나의 구매가 매우 선구안을 가진 소비였고, 합리적이었음을 어필)
지금 어디에 있을까.
미국 땅에는 들어갔겠지.
영국 땅을 벗어나기는 했겠지?
미국이여.
나의 헤드밴드를 그 모습 그대로 환영해주시고,
그 땅에 오래 머무르지 않게 하시고,
가급적 한국으로 빠르게 보내도록 하시오.
산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러는 게 좀 웃기지만 궁금하니까.
그런데 벌써 곧 2월이네? 뭐 금방 오겠다.